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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미국 팁문화에 대한 이해

미서부/미서부 16,000km의 여행기록

by 라임스톤 2019. 5. 2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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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잠시 팁을 언급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미국의 팁 문화에 대해 잠시 짚고 넘어가면 여행에 도움이 될 듯하다.

미국을 여행하는 동안 우리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팁 문화다. 사실, 문화라고 치부하기보다는 거의 세금으로 봐야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고 했듯이, 미국에 왔다면 당연히 지불해야 할 의무나 마찬가지다. 예전 같으면 많은 사람들이 이 팁 문화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있지 않아 그만큼 실수도 잦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여행객이 이 같은 현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헷갈리는 부분이 많고, 처음 미국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정리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서비스 관련 업종은 매우 다양하기에 미국인들조차 어느 정도의 팁을 줘야 할지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을 정도니 외국인이야 오죽할까. 그러나 여행객이 접하게 되는 서비스 업종의 종류는 대부분 뻔하다. 먹어야 하니 식당이나 뷔페 또는 술집에 갈 것이고, 움직여야 하니 택시 등을 탈 것이며, 자야 하니 호텔 등에 머무를 것이다. 미국에 여행 온 외국인이 머리를 깎기 위해 미용실에 간다든지, 손톱을 손질하기 위해 네일샵에 간다든지, 집을 수리하기 위해 수리공을 부를 일은 거의 없을 테니 말이다. 렌터카로 자동차 여행을 한다면 택시를 탈 일도 없으니, 팁이 동반된 서비스 업종은 음식점과 호텔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따라서 기본적인 몇 가지 기준만 인지하고 있다면 팁을 계산해 주는 데 별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종업원이 서빙을 해 주는 일반 식당의 경우에는 세금을 포함한 전체 식사 비용의 15~20% 정도를 팁으로 준다. 사실, 이 팁의 비율은 상식적으로 종업원의 서비스 수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미국의 백인들은 보통 20%를 기준으로 낸다고 한다. 약간 떨어지는 서비스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15%, 상당히 만족스러웠다면 25%까지도 팁을 낸다. 이러한 팁의 비율은 개인의 인종, 국가, 연령대, 성별 등에 따라 조금씩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우리는 보통 10~20% 사이를 기준으로 팁을 결정하는 듯하다. 사실, 종업원의 입장에서 보면 10%는 매우 서운한 감정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서비스를 받는 손님의 입장에서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느끼거나, 실제로 직원이 불친절하게 대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팁은 그들이 가져가는 근로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미국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7.25달러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8천 원이 조금 넘는 돈이다. 그러나 미국에는 팁이라는 특이한 문화가 있기에 이 최저임금은 식당의 종업원처럼 팁을 받는 직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팁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에는 우리 돈으로 시간당 2천5백 원 정도의 최저임금이 별도로 적용되며, 나머지 수입은 팁으로 보존해야만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그들이 이처럼 팁을 받지 않는다면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손님이 팁을 내고 가지 않는다면 얼마나 짜증 나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미국을 여행하며 밥을 먹은 후 팁을 주는 데 있어 너무 인색하게 굴지 않아야 한다. 
참고로, 미국 식당의 메뉴판에 써 있는 가격은 세금이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다. 주(state)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10% 정도의 세금이 붙는다고 생각하면 되고, 여기에 팁을 더해 줘야 하니 메뉴판의 가격에서 30% 정도를 추가한 금액이 실제 지불해야 할 음식값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것이다. 

 

사실, 미국 내에서도 이 팁 문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팁을 줘야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아니라, 팁이 불평등하고 비민주적인 방식이기에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낮게 적용하고, 나머지는 팁을 받아 급여를 대신하라는 것이 과연 민주적이고 평등한 방식인가.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해줬을 때 금발의 아름다운 아가씨와 못생긴 외모의 흑인 또는 아시아인이 과연 같은 팁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미국 노동부에서도 밝혔듯이 종업원들은 인종, 성별, 외모 등에 따라 차별적인 팁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동일한 노동력과 서비스를 제공해도 불평등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받는 사람도 차별받을 수 있고 또 주는 사람도 불편한 이 팁 문화를 없애기 위해 최저 시급을 충분히 올리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팁을 받지 않는다는 레스토랑이 생겨나기도 하는 등 미국인들조차 팁 문화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스스로 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무튼 깊게 뿌리내린 팁 문화가 과연 사라질 수 있는지는 한참을 두고 볼 일이지만, 그 전까지는 팁을 불필요한 비용이 아닌 응당 지불해야 할 음식값으로 바라봐야 한다.


팁에 대한 성찰은 이정도로 하고, 팁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 좀 더 살펴보자. 팁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 듯하다. 

 

첫째, 일반 식당· 택시· 미용실 등 종원업이 100%의 서비스를 해주는 경우에는 15~20% 정도를 지급하면 된다. 그러니까 서비스 가격이 미리 책정되어 있고, 내가 그 서비스를 요구했으며, 종업원이 이를 온전히 실행해 주는 업종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둘째, 호텔 발레파킹· 룸 메이드· 벨보이 등 별도의 서비스 가격이 책정되지 않았지만 부수적인 도움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2불 내외의 팁을 주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발레파킹 시 차를 가져다줄 때마다 2불 정도, 방 청소를 해주는 메이드를 위해 베개 위에 2불 정도, 짐을 들어 주는 벨보이를 위해 가방당 1~2불 정도를 주면 적당할 것이다. 뷔페처럼 내 스스로 음식을 가져다 먹는 경우에는 풀 서비스가 아니므로 2불 정도의 팁을 주면 될 것이다. 바(bar)에서 바텐더에게 술 한잔을 시켰다면 잔마다 1불 정도 주면 되며, 안주 등 다른 음식을 시켜 종업원이 서빙을 했다면 당연히 15~20%의 팁을 주면 된다. 

 

셋째, 팁을 줄 필요가 없는 경우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스타벅스처럼 주문 후 선결제하고 직접 받아가는 경우이며, 백화점이나 아울렛에서 옷 등을 구입할 때도 마찬가지다. 

 

여행자들이 이 정도로만 알아도 충분할 듯하다. 팁을 주는 방법도 그리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잔돈이 충분하다면 종업원이 가져다준 계산서를 보고 팁까지 더한 금액을 올려놓은 후 자리를 뜨면 된다. 잔돈이 없다면, 예를 들어 40달러를 지급해야 하는데 100달러 지폐뿐이라면 종업원이 잔돈 60불을 거슬러 줄 것이고, 그 거스름돈으로 팁을 계산해 올려놓고 나오면 된다.
카드로 계산할 때는 종업원이 가져다준 계산서에 카드를 올려 두면 된다. 그러면 종업원이 가결제를 한 후 두 장의 영수증과 함께 카드를 되돌려 줄 것이다. 한 장의 영수증에 펜으로 팁 금액과 총액을 직접 적어 주고, 다른 하나는 카드와 함께 가져가면 된다. 그러면 가결제된 금액은 나중에 취소되고, 팁을 포함한 총액이 카드대금으로 청구될 것이다.
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1달러짜리 지폐가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 라스베이거스처럼 소소한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은 여행지에서는 1달러 지폐를 넉넉히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발레파킹, 룸 메이드, 카지노에서 음료수를 요청할 때 등 1~2불의 팁을 줘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잔돈이 없다고 안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10불짜리를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거슬러 달라고 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잔돈이 부족하다면 식당에서 거스름돈을 받을 때 1달러짜리를 넉넉히 달라고 요구해 미리 준비해 놓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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