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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사막 한가운데 자리잡은 거대한 테마 도시, 라스베가스와 호텔들

미서부/미서부 16,000km의 여행기록

by 라임스톤 2019. 5. 23.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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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라스베이거스를 마주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미국 영화로, 사진으로, TV를 통해 어림짐작으로 접했을 이 도시를 실제로 마주하는 순간, 마치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를 만난 것처럼 흥분되게 한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간접적으로나마 수없이 접하고 들어 봤을 곳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행은 막연히 상상하던 곳을 직접 방문하게 되는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밤거리

 


라스베이거스는 미 서부 여행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이곳은 마치 오아시스와도 같다. 미 서부 여행의 시작이 LA일 수도 있고 또 샌프란시스코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라스베이거스를 미 서부 여행의 시작을 위한 캠프로 애용한다. 
태평양을 건너며 시차가 많이 벌어진 미국으로 오면 며칠 동안의 적응이 필요하다. LA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에 며칠 머물며 관광하는 동안 시차 적응을 해도 된다. 어차피 돌아봐야 할 곳이니까. 그러나 그곳들은 보통 숙박비가 비싸거나 아니면 안락함을 포기해야 한다. LA의 호텔 가격은 싸지 않다. 샌프란시스코는 LA에 비해 더 어렵다. 아주 저가형의 호텔이나 한인 민박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결국 그 정도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니 좋은 호텔에서 장거리 비행의 피로와 시차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밤에 잠이라도 오지 않는다면 그런 대도시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작은 방에서 억지로 잠을 청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피곤할지라도 이렇게 곧장 라스베이거스로 이동한다. 이곳에서는 비교적 적절한 가격으로 훌륭한 호텔에서 숙박하면서 시차로 인해 잠이 오지 않을 밤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물론 이 화려한 도시에서 머문다는 것은 그에 따른 부작용을 감내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성비로 따진다면 다른 선택은 필요 없을 것이다. 

아무튼 이 도시는 너무 많이 마시지만 않는다면 훌륭한 오아시스임에는 틀림없다. 굳이 LA나 샌프란시스코에 머물면서 미 서부 여정을 시작할 이유가 없다면, 이곳에서 며칠 동안 적응한 후 미 서부를 돌고 또 마지막에는 앞의 두 대도시에서 마무리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라스베이거스의 야경 파노라마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라스베이거스로 들어서자, 고속도로는 이미 많은 차량으로 뒤덮여 어지럽게 시내를 휘감고 있다. 라스베이거스가 아무리 대도시라지만 이렇게 많은 차량이 어디서 나오는지···. 사막 위에 건설된 도시라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 라스베이거스는 그동안 카지노 사업이 번영하면서 인구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증가했고 또 이와 함께 도시도 눈부시게 성장했다. 
최근 카지노 업계는 흥망성쇠에 얽힌 복잡한 연대기를 뒤로하고, 좀 더 밝고 가족 친화적인 이미지를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산업의 발전은 결국 돈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고, 카지노가 라스베이거스의 중심 산업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이곳에서 욕심을 부리지만 않는다면, 사실 누구도 이를 노골적으로 강요하지는 않기에 굳이 그런 어둠을 볼 필요도 없고 또 잘 보이지도 않는다. 이 대도시에서는 미 서부의 본격적인 여행을 위해 흥을 돋우는 정도로만 활용한다면 어느 도시보다 더 많은 기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Wynn 호텔에서 바라본 라스베가스 The Strip



거대한 고속도로의 트래픽에서 빠져나와 곧 예약해 둔 호텔로 들어선다. Vdara···. 이름도 독특한, 처음에는 어떻게 읽어야 할지 고민했을 법한 이 콘도식 호텔이 오늘 여정의 종착지다. 
라스베이거스에는 멋진 시설을 갖춘 5성급 호텔도 많고, 이에 조금 못 미치지만 나름 괜찮은 4성급 호텔도 있다. 이곳의 숙박 요금은 날짜와 요일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금요일이나 토요일은 다른 요일에 비해 가격이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지만, 이것 또한 상시적인 것은 아니다. 각 호텔의 사정에 따라 월별 혹은 요일별 요금은 그 변동폭이 무척이나 다양하다. 예를 들어, 오늘은 이 호텔의 숙박 요금이 가장 비싸더라도 다른 호텔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열심히 발품을 팔아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닌 후 가격 비교를 해 가면서 내가 원하는 수준의 호텔을 최대한 싸게 예약하는 것이다. 
호텔 예약 대행 사이트, 경매 방식 사이트, 호텔 자체의 예약 사이트 등 우리가 비교할 수 있는 예약 사이트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니 이 세 가지 방식에 따라 원하는 호텔에 대해 열심히 조사를 해서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르면 될 일이다. 아무튼 이왕 발품을 팔려면 정확히 비교해야 한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경매 방식은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하고 예산을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예약 대행 사이트와 호텔 자체 홈페이지의 가격은 정확히 비교해 봐야 한다. 미국 호텔들은 방의 수준에 따라 상당히 세부적으로 등급을 분류하고 또 가격에 차등을 둔다. 예를 들어 침대의 경우에는 킹 원 베드인지, 퀸 원 또는 트윈 베드인지에 따라 다르다. 또 룸의 경우도 스탠더드, 수페리어, 디럭스, 이그제큐티브, 스위트 등의 기본적인 룸 분류에 더해 럭셔리니 스튜디어 형 등 다양한 것들을 조합해 놓았다. 그러니 우리 입장에서는 뭐가 더 좋고 나쁜 것인지 그 차이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더군다나 라스베이거스처럼 뷰(view)를 중요하게 여기는 관광지의 경우에는 어떤 방향에 어떤 뷰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요금이 정말 다양하게 나뉜다. 그렇다 보니 예약 대행 사이트에서 이런 유형들을 모두 분류해 놓는 데는 적잖은 무리가 따른다. 
보통 예약 대행 사이트의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조식이 포함되지 않았거나 킹 베드가 아닌 퀸 트윈인 경우도 있고 또 방의 등급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요금이 낮은 것만 보고 단순히 결정하기보다는 반드시 그 호텔 자체의 웹사이트에 들어가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해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호텔 웹 사이트에서 회원 가입을 하고 프로모션을 받는다면 더 저렴한 비용으로 예약을 할 수도 있다. 그러니 머물고 싶은 호텔이 있다면 더 적극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라스베이거스처럼 훌륭한 호텔이 많은 곳에서 내가 머물 단 하나의 호텔을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어쩌면 그것은 행복한 고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처럼 선택권이 다양한 만큼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감내해야 한다.
어쨌든 이 정도 노력을 기울여 유명한 5성급 호텔을 200불 내외의 가격으로 예약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니던가.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3등급 정도의 Holiday Inn나 Best Western Inn 같은 중급 호텔 체인점도 한적한 곳이 아닌 이상 200불 내외 정도는 요구한다. 심지어 유명한 국립공원이 있는 지역에서는 시기에 따라 300불까지 치솟기도 한다. 
물론 라스베이거스가 객실이 남아돌아 미국의 평균 숙박 요금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는 카지노가 있기 때문이다. 호텔의 숙박 비용을 아낀 고객은 결국 어디서든 돈을 더 쓰기 마련이다. 관광이든 여행이든, 그곳에 온 사람들은 곧 돈을 쓰러 왔다는 것을 의미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 주머니에 있는 돈을 절약하고 아껴서 남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금으로 여윳돈을 가져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한 돈의 흐름까지 꿰뚫어 보는 곳이 바로 카지노다. 결국 마트나 편의점에서 천 원에 한 개짜리를 세 개에 이천 원에 파는 것 같은 마케팅을 구사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마냥 들떠 그 물건을 살 수밖에 없다. 라스베이거스도 크게 다를 게 없다. 이렇게 좋은 호텔을 저렴하게 이용하고 있으니, 왠지 예산을 아낀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왕 라스베가스에 왔으니 아낀 예산으로 카지노에서 좀 놀아 보고 싶고, 쇼도 좀 보고, 맛있는 부페 음식도 먹어 볼 생각을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카지노는 이렇게 해서 그 호텔 수준에 맞게 내가 원래 지불했어야 할 비용을 충분히 뽑아낼 것이다. 
그렇다고 당신은 이 거래를 뿌리치겠는가?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 당신이 로또에 당첨된 것도 아니고, 카지노에서 돈을 쓰면 얼마나 쓰겠는가. 즐길 거리가 많은 라스베이거스에서 당신을 유혹하는 것은 카지노뿐만이 아니다. 쉽게 말해, 이곳은 강원랜드가 아니다. 돈을 꼭 쓰지 않아도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수많은 불빛이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기다리고 있다. 

 

라스베가스의 베네치안 호텔



콘도식 호텔
내가 라스베이거스에 처음 방문했을 때 묵었던 호텔은 전형적인 5성급의 카지노 호텔이었다. 화려한 부대 시설과 럭셔리한 룸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자레인지는커녕 커피포트 하나 없는 그런 호텔은 컵라면 하나 끓여 먹기조차 버거웠다. 지금이야 항상 여행용 라면 포트를 가지고 다니므로, 설사 그런 호텔에 묵을지라도 한 끼 해결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컵라면만 가끔 먹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는데 그조차 먹을 수 없었으니,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가끔은 컵라면으로라도 위장을 달래 줘야만 하는 한국인 여행객으로서는 얼마나 아쉽겠는가. 

 

라스베가스의 밤



미국을 여행하면서 많이 머물게 되는 Inn이나 Lodge 같은 숙박 시설에는 대부분 전자레인지 정도는 구비해 놓고 있다. 괜찮은 곳은 작으나마 주방과 식기를 마련해 놓기도 한다. 
또한 미국은 넓은 나라인데도 잘 발달된 도로가 국토 구석구석 연결하는 덕분에 그 도로들을 따라 수많은 여행가가 길을 떠난다. 그러니 숙박업도 상당히 발달할 수밖에 없다. 물론 미국의 캠핑 문화는 여느 나라들에 비해 더욱 보편화되어 있어 어느 곳이든 늘상 캠핑카와 마주치며, 이를 위한 캠프 그라운드도 잘 구비해 놓고 있다. 그러나 역시 평범한 일반 자동차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숙박 시설은 어느 곳을 가든지 쉽게 만나 볼 수 있으며, 국토의 규모상 장거리 여행이 당연하기 때문에, 숙박 시설에 간단히 음식을 해먹을 수 있을 정도의 장비나 공간을 마련해 놓고는 한다. 
사실, 미국 음식이라는 게 그리 복잡하지는 않다. 냉동식품이 발달한 나라답게 전자레인지만 있으면 그들 식성에 어울리는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요즘 들어 우리나라도 인스턴트 음식물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또 그 맛도 많이 향상되어 있는 터라 여행을 할 때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자레인지와 포트 정도만 있어도 못해 먹을 것이 없을 정도다. 
일주일에서 이주일 이내의 단기 여행을 한다면 굳이 해먹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햄버거를 먹든, 식당에서 간단하게 사 먹든 간에 가끔 속을 달래 줄 컵라면 몇 개 정도면 버티는 데 별 문제는 없다. 그러나 여행이 길어지면 사 먹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한마디로 제값을 못한다. 미국의 음식값이라는 게 세금을 포함하고 팁을 얹어 주다 보면 의외로 많이 나간다. 
패스트푸트점이 아닌, 일반 식당에서 햄버거에 콜라라도 한잔 먹으려고 하면, 둘이 먹을 경우에는 팁을 포함해 최소 30불은 나온다. 그래도 이건 저렴한 편이다. 평균적으로 햄버거 하나가 10~15불 정도며, 그나마 가격이 싼 콜라 정도는 먹어 줘야 순조롭게 목구멍을 넘어가니 그거 한 잔 시키면 이것만으로 대략 30불 정도는 나온다. 이게 끝이면 다행이지만 미국의 메뉴판에 씌어 있는 음식값은 세금을 포함하지 않은 가격이다. 따라서 대충 10%의 세금을 포함시키고, 무지렁이 여행객이 아닌 이상 여기에 최소 15% 정도의 팁을 줘야 하니 총 소요 금액은 40불에 이른다. 
미국의 일반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수제 햄버거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값싼 음식은 아니지만 매끼 이런 식으로 먹기에는 부담이 많을 뿐만 아니라 그 음식값에 비해 우리가 느끼는 만족감은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여행 중에 점심은 어쩔 수 없이 사 먹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아침 저녁은 직접 해먹을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한다. 이럴 때 전자레인지가 없는 숙소의 경우에는 너무 불편하므로 웬만하면 그런 곳을 찾지 않는다. 
나는 시골 지역뿐만 아니라 대도시인 라스베이거스를 가는 경우에도 주방과 식기가 마련되어 있는 콘도식 호텔을 찾는다. 그러나 신혼여행이라든가 잠시 라스베이거스에 놀러 온 경우에는 굳이 취사까지 해 가며 머물 필요는 없으니, 멋진 카지노 호텔에서 맛있는 음식을 사 먹으며 쉬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컵라면에 햇반이라도 편하게 먹고 싶다면 너무 대단한 명성의 호텔보다는 최근에 생긴 깨끗하고 또 상대적으로 저렴한 콘도식 호텔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물론 여기에는 포기해야 할 것들이 생길 수도 있다. 스트립에 인접해 있지 않아 뷰를 포기해야 한다든지, 카지노를 위해 다른 호텔로 이동해야 한다든지···. 그러나 이런 것들은 처음 방문할 때만 중요한 요소가 될 뿐이지, 두 번째 방문할 때부터는 그다지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카지노가 없는 호텔은 당연히 흡연이 금지되기에 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 로비에서 쾌적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어쨌든 거미줄처럼 연결된 통로를 따라 조금만 걸어 나가면 카지노든 스트립이든 금세 만나볼 수 있으므로 그리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벨라지오 호텔 앞의 호수와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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