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dara에 도착해 발레파킹을 맡긴 후 체크인을 하기 위해 로비로 이동한다. Strip 일대의 카지노 호텔들은 일반적으로 valet parking area와 self parking area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콘도식 호텔은 valet parking만 가능한 듯하다. 내가 숙박해 본 콘도식 호텔들은 모두 그랬는데, 아마 카지노 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발레파킹은 공짜가 아니며 일 단위로 호텔 체크아웃 시 추가 요금을 정산한다. 거기다 차를 받을 때마다 1~2불 정도의 팁을 줘야 하니, 차를 자주 이용할 예정이라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러나 외곽 지역으로 드라이브를 나가거나 아울렛을 방문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딱히 차를 꺼낼 필요가 없으니, 이 정도의 비용은 감수해야 한다.
이 호텔 로비는 다른 카지노 호텔에 비하면 정말 조촐하다고 여길 정도로 적고 심플하지만, 번잡하지 않고 상당히 쾌적하다. 대형 카지노 호텔은 registration 구역이 카지노 구역과 인접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상당히 어수선하고, 룸으로 올라가기 위해 카지노를 가로질러 엘리베이터 구역까지 가야 하는 등 호텔에 처음 방문한 경우에는 룸까지 찾아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 슬롯머신과 테이블로 가득 찬 카지노 구역은 주변의 카페, 식당, 바, 극장, 호텔 구역 등과 연계되어 있으므로, 그곳에서 단번에 길을 찾기란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일반 호텔에 비해 카지노 호텔의 규모와 시설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그렇게 쾌적한 로비와 복도를 지나 마침내 룸으로 들어간다. 넓은 방과 한편에 잘 마련된 주방 및 식탁···. Wynn과 같은 호텔에 견줄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무난하고 편리하다.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인덕션과 싱크대 등 간단한 음식을 해먹기에는 더없이 충분한 공간이다. 미니 바를 제외하고는 냉장고조차 없는 그런 고급 호텔에 비하면 나 같은 여행자에게 알맞는 최상의 선택이다.
커튼을 열어 본다. 스트립과 마주하지 않은 구역이라 뷰가 썩 훌륭하지는 않지만 라스베이거스를 느끼기에는 크게 부족함이 없다. 저 앞에 펼쳐진 15번 주간 고속도로와 차량들 그리고 벨라지오와 호수가 살짝 보인다. 그리고 그 앞으로 부산스러운 스트립의 일부가 보인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다행스럽게도 직원이 그나마 괜찮은 뷰가 있는 방을 준 듯하다.
집을 나서 공항으로, LA로, 라스베이거스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상태에서 도대체 몇 시간을 달려왔는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상당한 시차가 발생했기에 시간의 경과를 계산하기가 더욱 혼란스럽다. 하지만 도로를 달릴 때보다 피곤하다는 느낌은 오히려 줄어든 듯하다. 리스베이거스의 흥분과 격정이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키는지도 모르겠다.
조금 전에 먹은 햄버거가 어느덧 소화가 다 됐는지, 아니면 도착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몰라도 서서이 허기가 느껴진다. 일단 먹고 보자. 나에게는 든든한 식량 캐리어가 있지 않은가.
캐리어를 열고 무엇을 먹을지 고민한다. 이제 막 도착한 미국이지만 벌써부터 김치찌개가 당긴다.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바다만 건너면 얼큰한 게 먹고 싶으니 말이다. 하지만 걱정은 없다. 저 든든한 식량 창고를 바라보니, 앞으로 이 미국 땅에서 먹게 될 느끼한 음식들을 이겨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CityCenter
얼큰한 찌개를 먹고 개운하게 샤워까지 하고 나오니 슬슬 생기가 돌며 기운이 나기 시작한다. 문득 푹신한 침대로 몸을 던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랜만에 온 라스베이거스의 첫날을 그냥 보내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이참에 늦게까지 놀다 피곤에 지쳐 잠들면, 시차고 뭐고 내일 오전까지 푹 잘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호텔 밖으로 나선다.
로비 밖으로 나가니, 이 호텔을 초라하게 만드는 거대한 카지노 호텔 Aria가 눈앞을 막아선다. 이들은 한 식구다. 2005년 무렵에 라스베이거스 최대의 카지노 호텔 업체인 MGM 그룹은 Dubai World와 손잡고 미국 역사상 최대의 민간 투자 건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2009년을 전후로 카지노를 보유한 5성급 Aria 호텔을 비롯해 카지노가 없는 5성급의 Mandarin Oriental 호텔, 콘도식 호텔인 Vdara, 콘도미니엄의 Veer Towers, 쇼핑몰 Crystals 등 5개 빌딩을 중심으로 구성된 9만 3천 평의 초대형 도시 콤플렉스(Urban Complex)인 CityCenter를 오픈하게 된다(원래 부띠크 호텔인 Harmon 호텔도 완공되었으나 빌딩의 구조적 결함으로 문을 열지 못하고 2015년 완전히 철거되었다). 총 공사 비용은 원화로 약 10조 원에 이른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프로젝트였는지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다. 웬만한 국가에서는 시행하기 힘든 초대형 건설 투자 프로젝트를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 실시할 수 있었던 배경이 뭘까. 그만큼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산업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인지, 아니면 그들의 배짱이 두둑한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로서는 그들의 속내를 알 길이 없다.
우리나라의 2017년도 예산안은 총 400조 원으로, 그중 건설로 대표되는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의 예산은 약 20조 원이다. 이 돈으로 도로와 철도, 항만, 다리를 비롯해 온갖 공공 시설물을 건설한다. 또 기존의 간접 시설을 유지·보수해야 하며, 인건비도 줘야 한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20조 원을 잘 분배해서 처리해야 할 비용 부문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그런 20조 원 중에 절반을 뚝 떼어 한 프로젝트에 올인할 수 있을까. 그러면 다른 곳에서는 손가락을 빨며 울고 있을 텐데? 그런 예산안이 국회에서 쉽사리 통과될 리도 없겠지만 말이다. 그만큼 10조 원의 민간 프로젝트는 감히 범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이다.
아, 카지노 머니여···. 오일 머니여···.
“10조 원은 이렇게 쓰는 것이다” 라고 자랑하는 듯한 이 엄청난 Urban Complex로 인해 라스베이거스의 Strip은 더욱 화려해졌다. 그들이 돈을 얼마나 썻고, 그렇게 투자해 얼마나 벌어들이는지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그저 이 화려한 건축물과 불빛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적은 금액이나마 이렇게 돈을 쓰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위대한 공간도 사실 라스베이거스 Strip의 한 장식품에 불과하다. 우리가 열광하고 동경하는 그 거리가 저 앞에 더욱 다양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완전한 어둠이 라스베이거스를 집어삼켰다. 이제 Strip으로 나설 시간이다.
The Strip
도시의 어둠과 불빛은 불가피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듯 보인다. 굳이 볼 필요가 없는 곳은 가려 주고, 봐야 할 곳은 시선을 더욱 유혹하는 이 둘의 조화는 도시를 더욱 빛나게 만드는 최고의 공헌자들이다. 라스베이거스는 이 둘의 조화를 가장 명확하게 표출하고 있는 도시일 것이다.
CityCenter 구역을 나와 Strip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처음 본 순간만큼은 아니지만, 이 화려한 불빛의 거리는 중독성이 강해 언제나 가슴 설레게 한다. 무척이나 화려한 불빛과 수많은 사람으로 인해 붕 떠 있는 듯한 이 거리에서는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조차 이 분위기에 물들게 한다. 수많은 장난감에 둘러싸여 끝없는 욕구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아이들처럼, 어른들은 이 거리에서 알 수 없는 욕망과 격정에 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이 거대한 거리의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가슴속에 꽉꽉 눌러 담으며, 가는 이성의 줄로 가까스로 버티는 듯한 순수한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는 한다. 그만큼 이 거리의 에너지는 일개 개인이 담아낼 수 있는 수준을 한참이나 벗어나 있다.
The Strip은 라스베이거스의 모든 것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15번 주간도로와 평행하게 놓여 있는 South Las Vegas Blvd 중 남쪽 Mandalay Bay 호텔 밑의 West Russell Road부터 북쪽의 Sahara Ave까지 약 7km 구간을 특별히 The Strip이라고 일컫는다. 7km라는 길이는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다. 이곳을 걸으며 곳곳의 호텔들을 구경하는 데만도 며칠이 걸릴지 모른다. 물론 이 거리를 모두 다닐 필요는 없다. 전체 스트립 중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는 집중 구간은 남쪽 MGM Grand 호텔부터 북쪽 Wynn 호텔 사이의 약 3km 구간이다. 특히 벨라지오 호텔 앞의 호수와 그 건너편 Paris 호텔을 중심으로 가장 화려하고 또 라스베이거스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
이곳은 감정의 흐름이 부풀려지는 곳, 친구인 줄 알았던 저 여자 혹은 남자가 내 애인이 되어 버릴 것만 같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쩌면 결혼식 직전에 파혼까지 갈 뻔한 신혼부부에게는 오늘 밤 허니문 베이비를 만들어 줄지도 모를 이 격정적인 분위기가 반드시 필요할지도 모른다. 돈으로 만들어 낸 가장 낭만적인 이 거리···. 낯설지만 힘껏 끌어안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고 만다. 그리고 퀴퀴한 냄새를 풍기며 길가에 자리 잡은 노숙자, 악기 하나에 오늘 하루의 무거운 삶을 모두 짊어진 길거리의 음악가, 할리우드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버린 가면 속의 저 가짜 영웅들, 섹시한 몸매를 뒤로하고 지친 하룻밤을 술로 달랠지 모를 저 여인들의 원초적인 홍보···. 이 화려한 밤거리는 그런 회색빛을 굳이 감추지 않아도 될 정도로 온몸을 휘감는다.
북쪽의 올드 다운타운 지역이 상대적으로 쇠퇴한 반면 거대 자본의 흐름에 따라 건물과 주인이 바뀌며 발전해 온 이 스트립 지역의 호텔은 약 30여 개에 이른다. 그림을 참고하며, Wynn 호텔 북쪽 지역을 제외한 주요 호텔들의 오너와 룸 수를 비교해 보면 그 규모를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Owner | Hotel | Rooms | open |
MGM Resorts International | MGM Grand+The Signature | 6,852 | 1993 |
CityCenter | 6,790 | 2009 | |
Luxor | 4,407 | 1993 | |
Excalibur | 4,035 | 1990 | |
Bellagio | 3,950 | 1998 | |
Circus Circus | 3,770 | 1968 | |
Mandalay Bay | 3,309 | 1999 | |
The Mirage | 3,044 | 1989 | |
Monte Carlo | 3,002 | 1996 | |
New York-New York | 2,024 | 1997 | |
Delano | 1,117 | 2014 | |
Caesars Entertainment | Caesars Palace | 3,976 | 1966 |
Flamingo | 3,642 | 2000 | |
Paris | 2,916 | 1999 | |
Bally's | 2,814 | 1986 | |
Harrah's | 2,677 | 1995 | |
The Linq | 2,640 | 2014 | |
Planet Hollywood | 2,567 | 2007 | |
The Cromwell | 188 | 2014 | |
Wynn Resorts, Ltd. | Wynn | 2,716 | 2005 |
Encore | 2,034 | 2008 | |
Las Vegas Sands, Inc. | The Venetian | 4,049 | 1999 |
The Palazzo | 3,068 | 2007 | |
The Blackstone Group | Cosmopolitan | 2,995 | 2010 |
Phil Ruffin | Treasure Island | 2,885 | 1993 |
Penn National Gaming | Tropicana | 1,467 | 1957 |
많은 호텔에 비해 이것들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지주회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라스베이거스의 초기 카지노 산업은 시간이 흐르면서 매매와 합병을 거듭하며 거대 자본에 의해 지배를 받아 왔다. 이러한 거대 자본은 노후화된 카지노 산업을 현대식으로 탈바꿈해 가며 꾸준히 성장했고,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객은 그런 화려한 호텔 건물에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저 호텔들의 위치를 좀 더 살펴보면 무척 흥미롭다. 대체로 같은 지주회사에 소유된 호텔들은 비슷한 구역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최대 그룹인 MGM의 경우에는 주로 스트립 서쪽의 호텔들을 장악하고 있고, Caesar의 경우에는 동쪽에 몰려 있는 식이다. 우리가 그런 지주회사의 배경까지 알 필요야 없겠지만,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산업의 역사는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흥미롭고 공포스러운 스토리일지도 모른다.
무척 넓은 호텔 부지와 건물 그리고 제반 시설들···. 세계 어디에도 이렇게 거대한 호텔들이 몰려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라스베이거스 호텔의 규모를 비교해 보기 위해 호텔 객실 수를 바탕으로 전 세계 호텔들의 규모를 순위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물론 호텔 부지면적이나 연면적을 기준으로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절대적인 순위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기준들로 순위를 정한다면 라스베이거스의 호텔들이 더욱 상위권에 포진할 것이다.
정말 압도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이라는 명성은 다른 곳으로 넘어갔지만, 그 어느 도시와도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아 돈을 쓰고 있는지, 또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자본이 투입되었을지 간접적으로나마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룸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순위는 대략 160위 정도라고 한다.
The City that Never Sleeps
어둠이 짙게 깔리면 스트립의 색채도 더욱 짙어지고 또 화려해진다. 미국의 대도시는 늦은 밤이 되면 하나둘 불을 끄고 차분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거리는 잠이 없다. 새벽에도 자유를 만끽하는 사람들과 이들을 이끄는 수없이 현란하고 화려한 불빛은 결코 잠들지 않을 것이다. 이 거리를 뒤로한 채 호텔로 들어가 눈을 붙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결심인지 모른다. 잠드는 것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이 거리는 내 발길을 붙잡아 둔다.
눈에 익은 거리지만, 나 역시 이 순간이 아까운 것은 오늘 하루만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먼 길을 달려온 오늘은 아무래도 좀 쉬어야 할 듯하다. 화려한 분수쇼를 뒤로한 채 숙소로 발길을 옮긴다. 우리에게는 내일이 또 있으니까.
도시는 잠들지 않지만 나는 자러 가야겠다. 내일 밤은 어김없이 또 올 테고, 나는 아직 이곳에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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