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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그랜드 캐년 노스림(North Rim)으로 가는 길 2 / 사우스림보다 노스림이 좋은 이유

미서부/미서부 16,000km의 여행기록

by 라임스톤 2019. 8. 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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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번 도로
North Rim으로 가는 이 아름다운 도로를 어떻게 묘사해야 그 감동과 감성을 조금이나마 어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차라리 시인이 적절한 비유로 세세히 묘사해 준다면 좋을 텐데···.
Jacob Lake를 나서 67번 도로로 들어서자마자 치명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9월 하순의 이곳은 이미 깊은 가을이 찾아와 있다. 그리고 검게 불타 버린 나무들 사이로 새롭게 자라나고 있는 아스펜(Aspen) 나무는 아직은 키가 작지만 가을을 상징하듯 이미 샛노랗게 물들어 더욱 환상적인 가을의 정취를 더해 주고 있다. 


그야말로 묘한 자연의 이치를 보여 주는 듯한 아스펜 군락이다. 아스펜 나무는 산불이 난 뒤에야 더욱 번성해질 수 있다고 한다. 산불이 나면 땅 위에 서 있는 모든 나무는 불에 타 죽게된다. 그러나 아스펜만은 땅 아래 넓게 퍼져 있는 뿌리들로 인해, 땅 윗부분의 나무는 죽지만 그 아래는 살아남아 불이 휩쓸고 지나간 비옥한 토양 위에 다시 자라난다. 결국 다른 경쟁자들은 불에 타 없어지지만 아스펜은 살아남아 그 서식지를 더욱 넓혀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자연적인 산불은 아스펜에게 더욱 번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는 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아스펜의 서식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산불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 서부의 삼림 지역이 엄청난 산불로 인해 수십 일 동안 타고 있는 모습을 티비를 통해 종종 보고는 한다. 그 규모야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산불은 건조한 계절에 쉽게 일어나는 자연적인 현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간은 산불이 일어나는 것은 감시하고, 방지하고, 퍼지지 않도록 처절히 저항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인위적인 인간의 행위가 아스펜의 확장을 방해하게 된 것이다. 아스펜만이 숲의 주인은 아니지만, 아스펜만큼 아름다운 가을의 단풍도 드물기에 이 나무들이 번성했으면 하는 마음이 앞선다. 그렇다고 해서 산불이 번지기를 바랄 수는 없으니···.
아무튼 저 아이러니한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풍성하게 자란 성숙한 아스펜 군락의 마치 물감을 뿌린 듯한 노란색 단풍도 화려하고 인상적이지만, 검게 그을려 타 버린 죽은 나무들 사이사이로 다시 태어난 어린 아스펜 나무들의 여린 모습도 아련한 풍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글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발가벗겨진 산등성이가 노랗게 물든 풍경은 푸른 하늘과 더불어 빼곡하지 않은 여백의 미를 구성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처럼 허름한 표현과 사진 몇 장보다는 가을의 North Rim을 직접 달려 보는 것이 백 번 나을 것이다. 
콜로라도의 화려한 아스펜 군락에서 얻은 그 인상도 지울 수가 없지만, 이곳의 아스펜은 분명 그 독특한 번식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만큼 더욱 잊을 수 없을 듯하다. 
이처럼 2006년의 산불로 새롭게 서식지를 재정비하는 아스펜 군락을 지나 남쪽으로 달리다 보면 울창한 침엽수림과 때때로 펼쳐지는 초원 지대를 만날 수 있다. 활엽수의 단풍과는 다른, 침엽수만의 시원하고 상쾌한 멋이 묻어나는 풍경이다. 그 무대 위를 호쾌하게 뻗어 나가는 도로를 달리는 이 순간이 무척 소중하고 감격스러울 뿐이다.


한적한 이 길을 달리는 동안 건물 한 채도 볼 수가 없었는데, 저 멀리서 산장 같은 여러 채의 집이 보이기 시작한다. 침엽수림과 군데군데 아스펜이 어우러진 숲을 배경으로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건물의 진입로로 살짝 들어가 본다. 
Kaibab Lodge였다. 한 채, 한 채 독립된 오두막 스타일의 이 숙박 시설은 다소 낡아 보이기는 했지만, 이런 가을에 머물게 된다면 더없이 좋을 듯하다. North Rim에는 숙박 시설이 충분하지 않아서 그런지 이미 빈방이 없다는 간판을 내걸고 있다. 
도로 맞은편에는 기념품과 간단한 식료품을 파는 가게가 여행자의 들뜬 마음을 반기고 있다. 가게 옆에는 다소 허름해 보이는 주유기가, 이쯤 되면 기름을 보충할 때가 되지 않았냐는 듯 여행자를 바라보고 있다. Jacob Lake에서 North Rim의 방문객 센터 사이에는 이 가게 하나뿐이니, 화장실이나 간식거리 또는 연료가 부족하다면 이곳에서 보충하도록 하자. 물론 이 길의 끝에 있는  North Rim 안에는 주유소가 있다.



Grand Canyon North Rim Lodge
드디어 도로 끝에 있는 North Rim에 도착한다. South Rim만큼 넓은 면적은 아니지만, 숲으로 둘러싸인 주차장은 아늑한 느낌마저 든다. 아무래도 찾아오기가 힘든 만큼, South Rim에 비하면 관광객의 수가 현저히 적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부산스럽지 않은 조용한 분위기로 여행자를 맞이해 준다는 점에서는 훨씬 매력적이다.

 
먼저 방문객 센터로 가 본다. 작지만 통나무로 지은 건물이 이곳과 잘 어울린다. 안으로 들어가면 기념품을 비롯해 지질 관련 전시물이나 인디언 물품 등이 전시되어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구경할 만하다.



방문객 센터를 빠져나와 이 North Rim의 핵심 건물이라고 할 수 있는 Grand Canyon North Rim Lodge로 이동한다. 가는 도중 곳곳에 자리잡은 통나무 숙소(Cabin)가 매우 인상적이다. 커다란 나무에 둘러싸인 이 캐빈들은 서로 넉넉히 떨어져 있는 터라 한 단위의 가족이 North Rim의 하룻밤을 조용히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밤이 되면 얼마나 고요한 적막이 찾아들까. 그리고 날이 밝는 아침에 저 테라스의 나무 의자에 등을 기대어 숲 냄새 가득한 공기를 마시며 커피 한 잔을 함께한다면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리라. 오늘 이곳에서 하룻밤 묵어 가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저 앞에 랏지(Lodge)가 보인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이런 자연 속에는 이런 식의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듯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고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채 자리 잡고 있다. 저 건물이 이곳 North Rim의 유일한 숙소다. 1928년에 완공된 이 랏지는 cabin과 일반 호텔 객실, 식당 그리고 카페 등이 있다. 좀 전에 보았던 cabin은 크기와 위치에 따라 3종류가 있고, 각 cabin도 view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저렴한 편에 속한다. 이곳에 머물 생각이라면 역시 호젓한 분위기에 젖어들 수 있는 cabin을 선택하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쉽게 예약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본관 건물에는 일반 호텔 객실이 마련되어 있다. 가격도 상당히 저렴하니, cabin을 예약하지 못했다면 여기에 묵어도 될 것이다. 
아무튼 North Rim에서 하룻밤 이상 묵을 계획이라면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North Rim이 문을 여는 시기는 일 년에 반도 안 된다. 이곳은 겨울이 길기 때문에 매년 10월 15일부터 5월 15일까지 방문객의 입장을 허락하지 않는다. 따라서 하절기 시즌에만 North Rim에 방문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랏지 역시 North Rim의 오픈 시즌에만 운영하게 된다. 따라서 미리 준비하고 예약하지 않으면 원하는 날짜에 방을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문을 열고 로비로 들어선다. 오! 이렇게 환상적인 공간이라니···. 현대식 호텔에 비해 실내 분위기가 다소 어둡지만, 남쪽으로 향한 넓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비추는 로비는 화려한 전등빛으로 밝혀진 것보다 훨씬 감성적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다. 
이 커다란 창문 너머로 그랜드캐니언이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로비의 중앙은 이 창문을 통해 그랜드캐니언을 바라볼 수 있도록 소파가 나란히 놓여져 있다. 낡은 듯 엔틱한 느낌의 인테리어와 건축 양식은 상당히 차분하고 아늑한 기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매우 마음에 드는 공간이다. 이런 공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있을까. 이곳은 은퇴한 노인들이 찾아와 조용한 분위기에서 휴식할 수 있는 최고의 분위기와 풍경을 선사하고 있는 듯하다.
로비 양쪽으로 출입문이 있고, 이를 통해 밖으로 나가면 드디어 North Rim의 끝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난간에 마련된 야외 의자에 앉아 그랜드캐니언을 감상할 수도 있다. 이런 작은 서비스 하나하나는 이곳에 대한 좋은 인상과 추억을 간직하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절벽 끝으로 걸어간다. 바로 앞에는 마치 첨탑처럼 솟아오른 바위가 상당한 높이를 자랑하며 우뚝 서 있고, 그곳으로 연결되는 아담한 다리 하나가 허공을 향해 쭉 뻗어 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상당히 아찔하다. 랏지 앞의 Rim을 따라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트레일이 놓여 있는데, 가볍게 산책하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트레일이나 주요 포인트마다 북적거렸던 South Rim을 떠올리면, 이곳은 정말 한가롭고 조용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South Rim의 Mather Point 같은 숨막히는 전경까지는 아니지만, 그곳과는 확실히 다른 개성을 느낄 수 있다. 더군다나 남쪽에서 내리쬐는 따스한 햇빛이 이 길을 걷는 여행자에게 풍요로움을 더해 주고 있다.



Bright Angel Point
브라이트 엔젤 포인트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곳으로 가는 트레일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트레일의 양쪽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마치 좁은 다리를 건너는 듯한 아찔함과 흥분이 함께한다. 그리고 잘 포장된 트레일 주변의 바위에 올라가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고 또 사진을 담는 등 마치 놀이터에서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듯한 즐거움도 있다. 더군다나 발 한 번 잘못 디디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은 긴장감도 있다. 주인은 버려 두고 흥에 겨운 듯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까만 개 한 마리가 내 다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저 녀석도 뭔가 느끼는 걸까. 부산스럽게 뛰어다니며 열심히 구경하고 있다. 다른 관광객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그러다 절벽 아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아이와 다를 바 없는 저 녀석의 산만함이 잔잔한 수면 위의 물방개 같다.
트레일의 중간쯤의 바위에 올라가 본다. 아직 트레일의 끝은 아니지만, 주위를 둘러싼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저 앞의 바위에 걸터앉은 어린 연인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취했는지 격정의 키스를 나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좀 점에 그토록 부산스러웠던 까만 개의 주인이 바로 저들이었다. 주인은 사랑에 취하고, 개는 풍경에 취해 사람 사이를 헤집고 다닌다. 사람이든 개든, 이곳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즐거운 트레일의 끝에 브라이트 엔젤 포인트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저 멀리 협곡의 건너편에 South Rim의 빌리지가 보일 듯 말 듯하다. 뭐가 있는 듯한데, 내 시력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이곳에서 저쪽 건너편에 있는 그래드캐니언 빌리지까지의 직선거리는 대략 17km에 이른다. 그곳까지 시력이 닿을 수 있다는 데 놀라울 뿐이다. 
남쪽 저편에서 북쪽에 있는 이곳을 바라만 보며 동경했었는데, 오늘 이렇게 직접 와서 이토록 멋진 풍광에 젖어드니 전에 없던 감동이 물밀 듯이 몰려온다. 침식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생겨난 이 장엄한 풍경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곳에 서면 누구나 가슴의 울렁거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눌한 말보다는 먼저 셔터를 눌러 가슴 깊이 간직하는 게 도리인지도 모른다.



Cape Royal
브라이트 엔젤 포인트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앉아 있는다. 언제 또다시 올 수 있을지 알 수 없기에 이 귀중한 풍경과 공간에 조금만이라도 더 속해 있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일어서야 할 때다. 아직 한 군데 더 가야 할 곳이 남았다.
차를 몰아 40km를 달려야 하는 Cape Royal로 향한다. 브라이트 엔젤 포인트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으나,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그곳에 가 보지 않을 수는 없다. 그리고 고요한 숲속을 가로지르며 도로를 달리는 영광을 누려야 한다.
확실히 67번 도로보다 숲은 더 울창하고 깊으며 또 한없이 적막하다. 도로의 선형은 더욱 심하게 구불거리며 숲이 만든 짙은 그림자 속을 하염없이 달린다. 이곳과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도 좋고, 옆 사람과 대화를 해도 좋지만 아무 말도 없이 이런 적막함 속으로 빠져드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리라. 제법 먼 길이지만 그만한 가치는 넘치고도 남는다. 제한속도를 넘지 않는 느린 속도로 욕심껏 이 길을 느끼며 점차 그 끝을 향해 달려 나간다.


그렇게 한 시간쯤 달린 듯하다. 마침내 도로의 끝에 다다르고, 공터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멈춘다. 별다른 시설은 없다. 주차장과 화장실이 전부일 뿐이다. 그리고 Cape Royal로 이어진 트레일에 올라선다. 사람은 별로 없다. 나무로 둘러싸인 한가로운 트레일을 따라 천천히 걸어간다. 아기를 업고 가는 젊은 아빠와 엄마도 이 길을 걷고 있다. 늙은 부모를 모시고 가는 젊은 아들도 있다. 독일에서 온 부부와 중국에서 온 가족도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 온 우리도 그 길을 함께 나누고 있다.
중간에 천사의 창문(Angels Window)도 힐끔 바라보고 나서 마지막으로 트레일의 끝에 다다른다. 브라이트 엔젤 포인트에서 봤던 인도인 커플이 이미 이곳에 도착해 있다. 스쳐 지나갔던 여행객을 또 다른 곳에서 마주하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딱히 대화를 나누거나 아는 체를 안 해도 그런 감정을 서로 느낄 수 있다. 안면이 있음을···.
참으로 적당한 이름이다.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Cape(곶)처럼 저 앞의 깊은 협곡은 마치 바다와도 같고, 이곳은 등대를 세워 놓아야 할 듯이 바다로 돌출된 육지와도 같다. 그리고 저 앞으로 공룡의 등뼈처럼 휘어져 뻗어 나가는 능선의 끝은 마치 침식에서 살아남은 섬처럼 평평한 지형을 머리에 이고 있다. 저 멀리 서쪽으로 해가 기울고 있지만, 협곡의 구석구석은 오히려 더욱 뚜렷한 채도를 반사하며 그 다채로운 색깔을 화려하게 각인시켜 주고 있다. 
브라이트 엔젤 포인트도, 이곳 케이프 로얄도, North Rim의 명성을 여실히 보여 주는 훌륭한 전망을 갖고 있다. 누구의 손을 들어 주느냐는 의미가 없다. 두 곳을 모두 볼 수 있느냐의 문제일 뿐···. South Rim을 알았고 또 North Rim을 보았으니, 언젠가 West Rim에 가 봐야 할 듯하다. 



다시 되돌아 나오는 길이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다. 그리고 하루가 왜 이리 빨리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다. 해는 이미 서서히 지평선 너머로 기울기 시작한다. 숲의 그림자가 더욱 짙게 도로를 덮고 있다. Kaibab 숲속을 달리는 동안에는 어둠이 밀려오지 않기를 바라며 차를 몰아 나간다. 
어둠이 깔리는 어린 아스펜 군락의 풍경이 아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도 시간대에 따라서 다른 감동을 주고는 한다. 낮동안 화사한 햇빛이 드리우던 올 때의 여정 길에는 희망과 설렘이 가득했지만, 지금처럼 되돌아가는 어스름한 저녁의 이곳은 그리움과 섭섭함이 진하게 묻어나고 있다.



Kaibab 국유림을 빠져나갈 무렵 어둠은 대지를 완전히 장악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도로를 헤드라이트의 도움으로 열심히 달려간다. 어둠 속의 드라이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에 별다른 감정을 느끼기 힘들지만, 이미 이곳의 지형과 풍경을 기억하고 있기에 깜깜한 어둠 너머의 이미지를 기억해 내며 스스로의 감성을 자극해 본다. 
그리고 아침부터 시작된 오늘의 여정을 다시 되돌려 한 장면씩 소환해 내며 페이지로 들어선다. 더없이 만족스러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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