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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미국의 교통 법규와 표지판 그리고 운전하는 요령

미서부/미서부 16,000km의 여행기록

by 라임스톤 2019. 5. 2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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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운전 그리고 교통법규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한국에서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미국에서의 운전은 전혀 망설일 필요도 또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낯선 환경에 조금만 적응한다면 손쉬운 일이다. 미국인이 처음으로 한국에 와서 운전하는 것과 한국인이 처음 미국에 가서 운전하는 경우를 비교한다면 후자의 경우가 단연코 수월하다. 물론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대도시에서 운전한다는 것은 콧노래를 부르며 여유롭게 운전을 하기에는 분명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 그곳의 환경이 낯설기 때문이지 우리와는 전혀 다른 교통 체계를 가지고 있다거나 서울보다 더 복잡하기 때문은 아니다. 처음 방문하는 낯선 여행지에서는 운전이든, 쇼핑이든, 밥을 먹으러 가든 약간의 불편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또한 금방 적응하기 마련이다. 

미국에서의 운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은 했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사전 학습도 없이 렌터카를 몰고 거리로 나서는 것은 "무식하면 용감하다" 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행동이다. 그들의 교통 법규와 문화를 외면한 채 한국에서처럼 운전하다가는 거리의 시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과 더불어 가운데 손가락으로 날리는 무언의 쌍욕을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것은 낯뜨거워지는 죄책감을 도덕적 벌금으로 대신하는 것에 불과하다. 만일, 경찰에게 단속된다면 훨씬 뜨거운 맛을 봐야만 하며, 이는 미국이 낯선 여행객에게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크나큰 손실이자 충격일 것이다. 
그러니 최소한 기본적인 교통 법규와 문화에 대해서 숙지하고 가는 것은 여행자로서 마땅한 자세이며, 본인과 동반자의 안전과 행복한 여행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미국의 교통 법규를 시험공부에 몰두하듯 열심히 공부하라는 것은 아니다. 기초적인 운전 및 교통 법규는 어느 나라를 가든 별다를 게 없다. 우리는 이미 운전에 익숙하며, 대부분의 교통 시스템과 법규에 대해 저절로 반응하기 마련이다. 단지 우리와는 다른 몇몇 신호 체계 또는 교통 표지판 등에 대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숙지하고 있으면 된다. 그러면 하루도 지나지 않아 미국에서의 운전이 생각보다 더 수월하며 편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드라이브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으며, 대도시가 아닌 미 서부의 작은 도시와 자연 속을 달리는 동안에 행복한 운전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것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을 잠시만 뒤적여도 미국에서의 운전과 교통 법규에 대한 내용을 담은 많은 블로그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그런 사이트를 참조하면 된다. 여기서는 가장 핵심적이며, 우리나라와 차별성이 있는 사항만 간략히 언급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비보호 좌회전
우리나라에도 비보호 좌회전이 있지만, 미국은 트래픽이 높은 대도시의 큰 교차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거리에서 비보호 좌회전이 일반화되어 있다. 원리는 우리와 똑같다. 초록색 불의 직진 신호 시 맞은편 차량의 주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좌회전하면 된다. 큰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통제하는 화살표 신호등이 별도로 있다면 당연히 그 신호에 따르면 된다. 초록색 화살표에 좌회전, 빨간색 화살표는 좌회전 금지···. 어려울 거 없다. 미국은 좌회전에 매우 관대하다. 좌회전 금지 사인이 없다면 어디서든 좌회전이 가능하다. 물론 유턴 금지 표시가 없다면 이 역시 어디서든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교통 표지판은 운전자가 할 수 있는 행위를 안내하지만, 미국은 대체로 할 수 없는 행위를 표시해 놓고 있다. 따라서 금지되지 않은 행위는 가능하다는 얘기다. 미국의 교통 표지판은 종류도 다양하지만 그 내용도 매우 상세하며, 그만큼 수많은 표지판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미국에서의 운전은 이 교통 표지판에 얼마나 익숙하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비보호 좌회전이 보통은 어려울 게 없지만, 간혹 민첩한 대응과 판단이 요구되는 경우가 있다. LA 같은 대도시에서 종종 마주치는 경우가 있는데, 트래픽이 많은 큰 도로와 상대적으로 작은 도로가 만나는 교차로의 경우에는 큰 도로에서 작은 도로로 비보호 좌회전을 할 때 맞은편 차선의 교통량이 많기에 좌회전을 할 수 있을 만한 여유 시간이 거의 없다. 미국에서의 운전이 처음이고, 이런 도로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면 상당히 당혹스러울 것이다. 따라서 다른 차들이 이 교차로에서 비보호 좌회전에 어떻게 성공하는지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바로 노란색 불이 들어올 때 재빨리 좌회전을 하는 것이다. 이때 횡단보도 이전에 차를 정차시키고 있으면 곤란하다. 좌회전 방향 지시등을 켜고 정지선을 지나 교차로 중앙까지 슬슬 차를 직진한 후 신호등의 색깔에 집중하자. 반대편 차선은 끝없이 이어지는 차들이 교차로를 지나고 있어 비보호 좌회전을 할 만한 공간은 아직 없다. 그리고 마침내 노란색 불이 들어온다. 맞은편 차선의 차들은 속도를 늦추고 정지선에 정차하려고 할 것이다. 기회는 그 순간뿐이다. 노란색 불이 켜져 있는 단 몇 초 동안 재빨리 좌회전을 해야만 한다. 꾸물거리다가는 직진 신호를 받은 다른 도로의 차량 통행을 방해할 수 있다. 이런 곳에서 좌회전은 매우 민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뒤차도 좌회전할 수 있다. 좌회전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3대 정도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뒤의 차량은 다음 신호를 기다려야 한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좌회전 직후 만나는 횡단보도다. 민첩한 좌회전은 횡단보도 직전까지 이루어져야 할 뿐 보행자가 건너고 있을지도 모르는 횡단보도를 향해 돌진할 수는 없다. 따라서 노란색 불이 들어오고 재빨리 좌회전하는 동시에 맞은편 차선에서 교차로로 돌진하는 직진 차량이 혹시 있는지, 횡단보도에 사람이 건너고 있지는 않은지 판단해야 한다. 만일, 우리나라처럼 노란색 불이 들어와도 차를 멈추지 않고 직진하는 경우에는 사고의 위험성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런 경우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고속도로에서조차 좌회전이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비보호 좌회전만 잘해도 미국에서의 운전은 이미 절반의 적응을 마친 셈이다.

Stop Sign
미국에서 운전 중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교통 표지판이 Stop 사인이다. 이것은 교통 표지판인 동시에 가장 확실히 지켜야만 하는 약속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골목은 차 한두 대가 지나갈까 말까 한 작은 길이거나 도로와 인도의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땅이 넓어서 그런지 동네 골목길도 우리의 상식과는 다르게 차들이 넉넉히 왕복할 수 있고 또 주차까지 할 수 있을 만큼 대부분 폭이 충분히 넓다. 그렇다고 해서 트래픽이 낮은 이 많은 골목길에 신호등을 설치할 수도 없으며 또 그럴 필요도 없다. 바로 Stop 표지판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골목길 교차로에 진입하기 직전, 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면 정지선에 무조건 차를 정지해야만 한다. 슬금슬금 서는 둥 마는 둥 차를 움직이다가 경찰에 단속되면 꼼짝없이 벌금을 물어야 한다. 2~3초간 차량을 확실히 멈춘 후 좌우를 살핀 다음, 직진 또는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해야 한다. 그리고 교차로에 먼저 도착한 차량 순서대로 진입해야 하며, 2대 이상이 꼬리를 물고 연달아 진입해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상당히 어색하고 불편한 듯한 느낌도 들겠지만, 나중에는 이처럼 간단한 규칙이 얼마나 안전하고 편리한 방식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물론 내 차 이외에 다른 차량이 없는 한가한 교차로에서 굳이 “확실하게” 정지를 해야만 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만은 반드시 기억하자. 경찰은 어디서든 당신을 보고 있다고···. 미국에서 운전할 때는 항상 경찰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며 다니는 것이 속 편하다. 
이 Stop 사인은 도로가에 세워져 있는데, 나무 등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라면 대부분 이 표지판이 있다고 생각하고 운전하면 된다. 그리고 교차로에 진입하는 모든 도로에 stop 사인이 있는 4 way stop 이외에 2 way stop의 경우에는 좀 더 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좀 더 큰 도로와 작은 도로가 교차할 때 종종 나타나는데, stop 표지판이 있는 도로는 당연히 이 규칙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이 표지판이 없는 도로 위의 차량들은 정지하지 않고 지나가기에 stop 사인이 있는 도로 위의 차량은 좌우의 트래픽을 잘 살핀 후 교차로에 진입해야 한다. 

Photo. Joedamadman



제한 속도, 우회전, 스트릿 파킹, 스쿨버스 및 소방차 등의 긴급 차량 등
비보호 좌회전과 stop 사인 이외에 차량의 제한 속도, 교차로에서의 우회전, 도로변의 주정차 및 스트릿 파킹하는 방법 그리고 움직이는 신호등인 스쿨버스와 소방차 등의 긴급 차량에 대한 대응 수칙도 꼼꼼하게 숙지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하고 싶지만,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해야 하기에 이쯤에서 정리하는 게 좋을 듯하다. 포털 사이트에서 미국의 교통 법규만 검색해도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많은 사이트가 있으니 그것을 참조하는 것이 더 확실할 것이다.

 

 

※ 미국의 도로에서 만나는 주요 교통 표지판에 대해 알아두자

 

No Left Turn
좌회전 금지

 

 

No U- Turn
유턴 금지

 

 

Stop Sign
3초 정도 확실히 차량을 정차한 후 교차로 주변의 차량과 보행자를 확인 후 진입하도록 한다

 

 

Stop Sign up ahead
전방에 Stop 표지판이 있으니 멈출 준비를 해야만 한다

 

 

Speed Limit
제한속도 표지판. 우리나라도 그렇듯이 10% 정도 초과한다고 크게 문제되진 않지만 다른 차량보다 눈에 띄게 빨리 달리는 것은 경찰의 단속 대상이 되기 쉽다. 그리고 제한속도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차량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어울려 달리는 융통성도 필요하다.
도로에서 마을로 진입하는 구간은 특히나 제한속도가 단계적으로 변화하니 주의해야 하며 학교 주변은 제한 속도에 맞춰 좀더 신중하게 운전할 필요가 있다.

 

 

School Speed Limit
학교 앞 도로는 이런 제한속도 표지판이 놓여있다. 보통은 일반도로의 제한속도를 따르지만 이 구간에서 점멸등이 깜빡이고 있다면 학생들이 지나다니고 있을 시간이므로  표지판에 써있듯 차량의 속도를 20마일까지 더 낮추어 운행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스쿨존에서의 차량 속도에 대해 무감각하게 운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에서는 상당히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구간이니 실수하지 않도록 한다.

 

 

Carpool Lane
LA같은 대도시의 고속도로에 마련된 전용차선으로, 우리나라의 버스 전용차선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 
HOV는 high-occupancy vehicle이란 뜻으로 승객이 많은 차량을 뜻하는데, HOV 2+는 2명 또는 2명 이상의 사람이 탑승한 차량을 일컫고, HOV 3+라면 3명 또는 3명 이상의 사람이 탑승한 차량이 대상이 되며 그러한 차량에 한해 이 전용차선을 이용할 수 있다. 즉, 단지 버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 탑승자의 수에 따라 적용되는 차선이다.

 

 

Speed Enforced by Aircraft
외곽 지역의 고속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지판으로, 항공기에 의해 과속 차량을 단속하고 있으므로 제한 속도를 잘 지키라는 것이다. 미국은 국토가 넓고 수많은 도로가 존재하기에 항공기를 이용해 차량의 과속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아무도 없을 것만 같은 끝없는 사막의 도로를 달릴 때도 제한속도를 크게 벗어나는 과속은 삼가는 것이 좋다.

 

 

Do Not Pass
대도시 주변과 주간 고속도로를 제외하면 미 서부를 달리는 대부분의 도로는 편도 1차선이다. 그런 1차선 도로를 달리다 보면 제한속도보다 느리게 달리고 있는 트럭이나 캠핑카 뒤를 쫒아가기 마련이므로 적정한 구간에서 추월을 시도해야 한다. 점선으로 그려진 중앙선, 2차선으로 확장된 추월 구간 등에서 앞 차량을 추월할 수 있다. 따라서 추월을 금지한 구간에서 무리하게 추월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편도 1차선이지만 대부분 제한속도는 60마일(약 100km/h) 이상이므로, 여유가 있다 싶었는데도 생각보다 반대편 차선의 차량이 금새 도달한다. 시야가 완전히 완보되지 않는 한 무리한 추월은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

 

 

Keep Right Except to Pass
편도 1차선 도로가 추월 구간을 위해 2차선으로 확장하면서 이런 표지판을 세워두는 경우가 많다. 앞 차량을 추월할 때만 1차선을 이용하며 추월 후에는 다시 2차선으로 들어가도록 한다. 물론 이런 구간에서 제한 속도를 초과해 앞 차량을 추월하는 것까지 단속하지는 않는다. 운전의 상식은 어느 곳에서나 비슷하다. 단, 별볼일 없는 속도로 앞차를 추월하고자 1차선을 점령하지는 말자. 나보다 더 빠른 뒷 차량에게도 기회를 줘야한다.

 

 

No Parking Any Time
항상 주차금지인 구역이다. 표지판을 못보고 차를 세웠다가 나중에 큰 후회를 할 수 있으니 특히나 도시의 거리에서 주차할 자리를 찾고 있을 때는 주차 관련 표지판을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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